
양배추를 비롯한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채소에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하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성분이 바로 ‘설포라판’이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설포라판은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약 9만 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조사에서 “십자화과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한 남성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률도 남성은 14%, 여성은 11% 감소하는 등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계절 내내 슈퍼마켓에 진열돼있는 양배추는 가장 친숙한 항암 식품으로 꼽힌다. 찜이나 샐러드, 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브로콜리다. 브로콜리 새싹에는 100g당 무려 1000~2000mg의 설포라판이 들어 있어 ‘최강의 항암 채소’로 불린다. 흡연을 하지 않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브로콜리 섭취량이 많을수록 폐암 위험이 낮아졌으며, 폐경 전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매번 손질하기가 귀찮다면, 시중에 판매 중인 냉동 브로콜리도 좋은 선택이다. 항암 식생활의 첫걸음으로 평소 식단에 십자화과 채소를 꾸준히 곁들여보는 것을 추천한다.

양파와 마늘은 알리움(Allium) 계열에 속한다. 이들 채소에는 ‘케르세틴’이라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항산화 작용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예방,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저하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양파 속에 든 성분이 난소암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늘의 경우 위암과 대장암 같은 소화기암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마늘 보충제를 섭취한 그룹의 위암 사망률이 34% 감소했고, 대장암과 마늘의 여러 연구를 정리한 분석에서도 마늘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25% 줄었다. 이러한 효능 덕분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암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마늘을 첫 번째로 꼽기도 했다.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여성의 뼈를 튼튼하게 하는 건강 효과와 더불어 암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암세포는 신생혈관을 생성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이소플라본의 일종인 제니스테인이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사토 교수는 “콩과 암 사망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콩을 많이 섭취한 군이 적게 섭취한 군에 비해 대장암과 난소암의 사망 위험이 약 5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밥을 지을 때 한 줌의 콩을 넣어 보라”고 조언했다. 또한, 된장이나 낫토 등 발효 대두 식품은 유익균이 풍부하고 장내 환경을 정돈해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매일 섭취하기를 권장했다.
#암 발병률 낮춰주는 ‘버섯’
버섯류에 포함된 ‘베타글루칸(β-글루칸)’도 면역력을 높여 암 발생을 억제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버섯을 가장 많이 섭취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암 발병 위험이 34% 낮았다. 특히 위암과 유방암 예방 효과가 두드러졌다. 다만, 버섯 성분을 인위적으로 추출한 보충제의 항암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자연 그대로의 버섯을 식사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요리에 쉽게 활용할 수 있어 꾸준한 섭취가 가능한 항암 식품이다.

고등어, 연어, 참치 등 기름진 생선에는 몸에 좋은 지질인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염증을 억제하고 혈관 건강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항염·항암 영양소로, 다양한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오메가3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14%, 폐암은 21%, 췌장암은 무려 3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생선 통조림 등 간편식으로 섭취가 가능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항암 식단이다.
#항암제 효과 높여주는 ‘후코이단’
다시마, 미역, 톳 등 미끌미끌한 해조류에는 ‘후코이단’이라는 황산화 다당류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는 것은 물론, 암세포의 성장 억제작용까지 한다. 또한, 면역세포(NK세포)의 활성을 높여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로감이나 근육 위축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한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후코이단 섭취 후 암세포와 싸우는 NK세포의 활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토마토에 다량 함유된 ‘리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 방지, 콜레스테롤 저하,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혈중 리코펜 농도가 높은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50% 이상 낮았다. 특히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토마토를 많이 섭취한 그룹의 간암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3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코펜은 가열 조리할 때 체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토마토는 생으로 먹기보다는 볶거나 끓이는 등 익혀서 섭취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폐암 예방에 좋은 ‘당근’
당근도 강력한 항암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당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β-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세포 보호 및 암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 섭취량과 폐암 발병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당근을 많이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폐암 위험이 42% 감소했다. 사토 교수는 “최근 당근주스가 암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유포되고 있지만, 비교적 당질이 많아 과다 섭취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주스로 섭취할 경우 식이섬유가 제거되기 때문에 조리해 섭취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